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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03:10

달개비꽃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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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 이해인



반딧불처럼 너무 빨리 지나가
잡을 수 없던 나의 시어들이
지금은 이슬을 달고
수도 없이 피어 있네

남빛 꽃잎의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리라고?

잘라내도 마디마디
다시 돋는 잎새를 꺾어
시를 쓰라고?

풀숲에 들어앉아
잡초로 불려도 거리낌이 없는
그토록 고운 당당함이여

오래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반가운
소꿉동무의 웃음으로
물결치는 꽃

하늘 담긴 동심의 목소리로
시드는 듯 다시 피는 희망으로
내게도 문득
남빛 끝동을 달아 주는
어여쁜 달개비꽃



----------------------------------------------------------------------


이해인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서,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 대학 영문과를 거쳐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민들레의 영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등이 있으며, 동시집 <엄마와 분꽃>. 시선집으로 <사계절의 기도> <다시 바다에서>, 산문집으로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가 있다. 제9회 새싹 문학상과 제2회 《여성동아》대상, 부산여성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수녀시인 '이해인'님의 팬페이지 -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http://www.mypo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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