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 강계순(姜桂淳)
우리가 만일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난다면
깊은 안개에
눈 가리고
낯 가리고
심장에 칼 꽂는 피도 가리고
허공에서 잠시 웃다가 돌아가는
바람이 되어 만난다면
수수깡 널려 있는 뜰안 한 귀퉁이
혹은 대청마루
반들거리는 나무결 위에
습기 없는 햇살로
다시 만난다면
모두가 떠나가고
첫눈 내리는 아침
비상하기 위하여
날개를 펴는
새의 순수로 만난다면
질기고 긴 세월
구석구석 저리는 관절염의
아픈 밤비로 만난다면
오,
우리가 매일 무엇으로 다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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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계순(姜桂淳) / 1937~
1937년 경남 김해 출생. 경남여고를 거쳐 성균관대 문리대 불문학과 졸업.
시 <풍경화> [사상계1953], <영상> [동상], <낙일> [동상] 등이 신인 현상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시집으로 <강계순 시집>,<천상(天上)의 칼>,<흔들리는 겨울>,<빈꿈 하나>,<동반(同伴)>,<짧은 광채> 등이 있다.
시 <풍경화> [사상계1953], <영상> [동상], <낙일> [동상] 등이 신인 현상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시집으로 <강계순 시집>,<천상(天上)의 칼>,<흔들리는 겨울>,<빈꿈 하나>,<동반(同伴)>,<짧은 광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