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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서정주(徐廷柱)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숫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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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徐廷柱) / 1915∼2000

호는 미당(미당), 점북 고창에서 출생, 어랄때 한학을 배웠으며, 중앙고보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전북 고창에서 수학하였다. 1935년에 시[자화상]을 <시건설>에 처음 발표했으며, 1936년에 시[벽]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 해에 김광균, 김동리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주재하고, 여기에 초기의 명작 [문둥이] [대낮] [화사]등을 발표하였으며, 1941년에는 첫 시집인 <화사집>을 간행하였다. 그는 유치환과 더불어 생명파로 알려져 있으나 사조적으로는 주정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48년에 제2시집<귀촉도>를 펴낼 무렵부터 한국의 토속과 고전 및 동양 사상에 접근하기 시작,1961년에 발표한 제3시집<신라초> 이후부터는 불교 사상에 기반을 두고 신라의 설화를 소재로 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밖에 시집 <질마재 신화>외에 저서로 <시 창작 교실> <시문학 개론> <한국의 현대시> 등이 있다.

서정주 시인 2000년 12월 24일 타계 - 아래 링크는 보충자료!

http://www.raincat.pe.kr/sky/s-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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