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 - 서정주(徐廷柱)
- 사소 단장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소'는 박혁거세의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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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 신화(朴赫居世神話)
전한(前漢) 지절(地節) 원년 임자(壬子)---古本에는 건호 원년이라 했고 견원 3년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잘못이다---3월 초하루에 6부의 조상들은 저마다 자제들을 거느리고 알천 언덕 위에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들은 위로 임금이 없어 백성들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백성들은 모두 방자하여 저 하고자 하는 대로 하고 있다. 그러니 덕 있는 사람을 임금을 삼아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하지 않겠는가" 했다.
이리하여 그들이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楊山) 밑에 있는 나정(蘿井) 옆에 번개빛 같은 이상한 기운이 땅에 비치니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꿇어 앉아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곳을 찾아가 살펴 보니 자줏빛 알 한 개(혹은 푸른 큰 알이라고도 한다)가 있는데, 말은 사람을 보고 길게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쪼개니 모양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동자(童子)가 나왔다.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그 아이를 동천(東泉)에서 목욕을 시키자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따라서 춤을 추니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청명해졌다. 이로 인하여 그 아이를 혁거세왕이라 이름하였다.
<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시조 혁거세거서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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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徐廷柱) / 1915∼2000
호는 미당(미당), 점북 고창에서 출생, 어랄때 한학을 배웠으며, 중앙고보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전북 고창에서 수학하였다. 1935년에 시[자화상]을 <시건설>에 처음 발표했으며, 1936년에 시[벽]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 해에 김광균, 김동리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주재하고, 여기에 초기의 명작 [문둥이] [대낮] [화사]등을 발표하였으며, 1941년에는 첫 시집인 <화사집>을 간행하였다. 그는 유치환과 더불어 생명파로 알려져 있으나 사조적으로는 주정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48년에 제2시집<귀촉도>를 펴낼 무렵부터 한국의 토속과 고전 및 동양 사상에 접근하기 시작,1961년에 발표한 제3시집<신라초> 이후부터는 불교 사상에 기반을 두고 신라의 설화를 소재로 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밖에 시집 <질마재 신화>외에 저서로 <시 창작 교실> <시문학 개론> <한국의 현대시> 등이 있다.
서정주 시인 2000년 12월 24일 타계 - 아래 링크는 보충자료!
http://www.raincat.pe.kr/sky/s-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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