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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유치환(柳致環)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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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柳致環) / 1908∼1967


호: 청마(靑馬). 시인. 경남 충무에서 출생. 일본의 도요야마 중학에서 4년 동안 공부한 후 귀국하여 1927년에 동래 고보를 졸업하고, 연희 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하였다. 1931년에 <문예 월간>지에 시 [정적]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 1937년에 통영 협성 상업 학교의 교사가 된 것을 계기로 이후 교육계에 종사하였다. 1939년에 첫 시집<청마 시초>를 간행하였는데, 여기에는 허무와 낭만의 절규라 할 수 있는 [깃발]등 초기의 시 53편이 실려 있다. 1940년에 일제의 압제를 피하여 북만주로 가서 농장을 관리하였는데, 그 무렵의 작품이 [내 차라리 생기지 않았던들] [산] [절도]등이다. 광복 후에 대구 여고, 경남 여상 교장, 청년 문학가 협회장 등을 지냈고, 1954년에는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자유 문학상, 예술원 공로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생명의 서> <울릉도> 청령 일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등이 있고, 수필집에 <예루살렘의 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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