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닐지도 몰라
잠자리에 누운 하루
누군가 가만히 가슴 더듬어 오지 않으면, 그건
사랑은 아닌지도 몰라
봄 오는 들녘
아지랭이와 춤추며 손짓하는 환영이 보이지 않으면
여린 잎보다 먼저 피는 목련 닮아
얼음장 밑을 흐르는 그리운 목소리 들리지 않으면
비나 눈 내리는 날
창 밖으로 무언가 살며시 나가 헤매지 않으면
깊은 밤 별빛 따라올라
멀고 먼 강줄기 끝에 등불 하나 반짝여오지 않으면
어느 날, 지운다고 열은 가슴에
시퍼렇게 멍든 촛불 하나 켜있지 않으면
그 촛불 아래, 칭얼대다 모로 누운 아이 하나 없으면
어느 신열(身熱) 깊은 날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들어도
아침 밝아, 다시 살아난 어제가 시(詩)처럼 아파오지 않으면
그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정말, 아닐지도 몰라
1103.
* 비고양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25 17:16)